크롬 10년 쓰다가 파이어폭스 깔아봤습니다, 솔직한 비교 후기

크롬을 안 쓰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크롬이고, 나머지는 엣지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크롬이 느리다, 메모리를 많이 먹는다는 불만은 있었지만 그냥 쓰는 게 익숙하니까 넘어갔습니다.

근데 2024년 말부터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구글이 크롬 확장 프로그램 정책을 Manifest V3로 바꾸면서, 광고 차단 확장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uBlock Origin이 크롬에서 사실상 퇴출당했습니다. 유튜브 광고가 다시 뚫리기 시작하고, 웹서핑 중에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크롬에 남아 있는 건 기능이 대폭 축소된 uBlock Origin Lite뿐입니다.

여기에 탭을 20개만 열어도 메모리가 2GB를 훌쩍 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한번 진지하게 다른 브라우저를 써보자 싶어서 파이어폭스를 설치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갈아타지는 않았지만 메인 브라우저 자리는 넘겨줬습니다. 오늘은 크롬과 비교해서 파이어폭스가 실제로 어떤 점이 다른지, 그리고 솔직히 아쉬운 점은 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광고 차단 — 크롬에서 못 쓰는 uBlock Origin이 여기선 된다

파이어폭스로 갈아탄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이겁니다.

구글은 2024년 말부터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 규격을 Manifest V2에서 V3로 전환했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V3에서는 확장 프로그램이 웹 요청을 실시간으로 가로채서 차단하는 기능(webRequest API)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uBlock Origin 같은 광고 차단기가 바로 이 기능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uBlock Origin은 크롬 웹스토어에서 퇴출됐고, 대신 기능이 크게 줄어든 uBlock Origin Lite만 남았습니다. Lite 버전은 기본적인 광고는 막아주지만, 복잡한 트래커나 새로운 우회 광고는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광고가 다시 뜨기 시작했다는 후기가 넘쳐납니다.

파이어폭스는 다릅니다. 모질라는 Manifest V2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uBlock Origin 풀버전이 지금도 파이어폭스에서 아무 제한 없이 돌아갑니다. 설치 후 체감은 확실합니다. 유튜브 광고가 완전히 사라지고, 뉴스 사이트의 팝업 광고도 깔끔하게 차단됩니다.

솔직히 이것 하나만으로도 파이어폭스를 써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광고 차단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에 브라우저를 5~6시간 쓰는 사람이라면 체감 차이가 큽니다.

2. 개인정보 보호 — 설치만 하면 추적 차단이 기본으로 켜져 있다

크롬의 시크릿 모드를 쓰면 개인정보가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브라우징 기록을 안 남기는 것뿐이지 추적 자체를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광고 트래커, 소셜 미디어 추적기, 핑거프린팅 스크립트 같은 것들은 시크릿 모드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파이어폭스는 설치하자마자 '향상된 추적 방지(Enhanced Tracking Protection)' 기능이 기본으로 활성화돼 있습니다. 표준 모드만으로도 소셜 미디어 추적기, 교차 사이트 추적 쿠키, 암호화폐 채굴 스크립트, 핑거프린팅을 차단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Total Cookie Protection'이라는 기능입니다. 쉽게 말하면 웹사이트마다 쿠키를 별도의 항아리에 담아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A 사이트에서 만든 쿠키를 B 사이트가 읽을 수 없게 완전히 격리시킵니다. 이게 기본 설정에서 켜져 있습니다. 크롬은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설정에서 '엄격' 모드로 바꾸면 보호 수준이 더 올라갑니다. 엄격 모드에서는 모든 교차 사이트 쿠키와 추적 콘텐츠를 차단합니다. 일부 사이트가 제대로 안 열릴 수 있다는 경고가 뜨지만, 실제로 써보니 국내 주요 사이트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주소창 왼쪽 방패 아이콘을 눌러서 해당 사이트만 보호를 끄면 됩니다.

구글은 광고 회사입니다. 2024년 기준 구글 전체 매출의 약 77%가 광고에서 나옵니다. 크롬이 추적 방지를 적극적으로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는 비영리 재단입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팔아서 돈을 벌 구조가 아닙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3. 메모리 사용량 — 탭 많이여는 사람이라면 차이를 느낀다

크롬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탭을 10개만 열어도 1GB를 넘기고, 20개 이상이면 2GB는 기본입니다. 8GB 램 노트북에서 크롬으로 탭 30개를 열면 다른 프로그램이 버벅이기 시작합니다.

파이어폭스가 메모리를 적게 쓰는가? 솔직히 말하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가 정답입니다. 탭을 5개 이하로 쓰는 가벼운 사용에서는 크롬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크롬이 더 가벼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탭을 20개 이상 열어놓고 작업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러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탭을 많이 열었을 때 파이어폭스의 메모리 사용량이 크롬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크롬은 탭마다 별도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구조라서 탭이 늘어날수록 메모리가 비례해서 증가합니다. 파이어폭스는 프로세스를 좀 더 효율적으로 공유합니다.

실제로 제가 블로그 글을 쓸 때 참고자료 탭을 15~20개 정도 열어놓는 편인데, 작업관리자를 열어보면 크롬보다 파이어폭스가 확실히 적게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수치까지 비교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이 버벅이는 빈도가 줄어든 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파이어폭스는 사용 가능한 RAM이 많으면 캐싱에 적극적으로 메모리를 사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RAM이 넉넉한 PC에서는 메모리 사용량이 의외로 높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건 메모리 누수가 아니라 최적화 전략인데, 사용 가능한 메모리가 줄어들면 알아서 반납합니다.

정리하면, 탭을 적게 쓰는 사람은 차이를 모를 수 있고, 탭을 많이 여는 멀티태스커라면 파이어폭스가 확실히 유리합니다.

4. 커스터마이징 — 브라우저를 내 입맛대로 뜯어고칠 수 있다

크롬은 깔끔하지만 손댈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테마를 바꾸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탭 위치를 옮기거나, 주소창 동작을 바꾸거나, UI 요소를 숨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파이어폭스는 이 부분에서 압도적입니다. 크게 세 가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첫째, 주소창에 about:config를 입력하면 수백 개의 숨겨진 설정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 탭에서 링크가 열리는 방식, 스크롤 속도, 하드웨어 가속 세부 설정 같은 것들을 직접 조절할 수 있습니다. 크롬에도 chrome://flags가 있지만, 파이어폭스의 about:config가 훨씬 세밀합니다.

둘째, userChrome.css 파일을 편집하면 브라우저 UI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탭 바의 높이, 색상, 폰트, 불필요한 버튼 제거까지 CSS로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Zen 브라우저가 파이어폭스 기반인 이유도 이 유연성 때문입니다.

셋째, 최신 버전(147 이상)에서는 키보드 단축키를 직접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주소창에 about:keyboard를 입력하면 실험적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과 단축키가 겹쳐서 불편했던 분들에게 반가운 기능입니다.

솔직히 일반 사용자가 about:config까지 건드릴 일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버튼이 왜 여기 있지?" 같은 사소한 불만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브라우저를 오래 쓸수록 큰 장점이 됩니다.

5. 2026년 최신 기능 — 분할 화면, AI 설정까지

파이어폭스가 구식 브라우저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업데이트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최신 안정 버전은 148이고, 4주마다 새 버전이 나옵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분할 화면(Split View)입니다. 하나의 브라우저 창 안에서 두 개의 웹페이지를 나란히 볼 수 있습니다. 현재 148 버전에서는 about:config에서 browser.tabs.splitView.enabled를 true로 바꾸면 사용할 수 있고, 다음 버전인 149에서는 기본으로 활성화될 예정입니다. 참고 자료를 보면서 글을 쓸 때, 또는 두 사이트를 비교할 때 유용합니다.

148 버전에서는 AI 관련 기능을 사용자가 직접 켜고 끌 수 있는 'AI Controls' 설정이 추가됐습니다. 번역, PDF 대체 텍스트 생성, AI 기반 탭 그룹 추천, 사이드바 AI 챗봇(Claude, ChatGPT, Copilot, Gemini 중 선택 가능) 같은 기능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기능들을 끄고 싶으면 설정에서 깔끔하게 비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원하지 않으면 끄면 된다"는 접근 방식은 크롬보다 투명합니다.

그 외에도 번역 기능이 한국어(Traditional Chinese)와 베트남어로 확장됐고, 새 탭 배경화면이 컨테이너 탭에도 적용되는 등 소소한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쉬운 점

장점만 늘어놓으면 광고 글이 되니까, 써보면서 느낀 단점도 정리합니다.

첫째, 일부 국내 사이트 호환성 문제.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이트는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일부 관공서 사이트나 금융 사이트에서 ActiveX나 비표준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파이어폭스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100% 해결된 건 아닙니다. 저는 이런 사이트를 위해 엣지를 보조 브라우저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아예 없으면 곤란한 순간이 옵니다.

둘째, 순수 속도는 크롬이 빠릅니다.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JavaScript 처리 속도나 페이지 로딩 속도는 크롬이 앞섭니다. 일상적인 웹서핑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구글 Docs나 Sheets 같은 구글 서비스를 많이 쓰는 경우 크롬이 확실히 더 매끄럽습니다. 이건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크롬에 맞춰 최적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셋째, 확장 프로그램 숫자 차이. 크롬 웹스토어에 비해 파이어폭스 애드온 라이브러리는 확장 프로그램 수가 적습니다. 인기 있는 확장 프로그램은 대부분 양쪽 다 지원하지만, 마이너한 확장 프로그램은 크롬에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 모바일에서의 체감. 안드로이드 파이어폭스는 데스크톱만큼의 장점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확장 프로그램 지원이 제한적이고, 간혹 앱이 느리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솔직히 크롬이나 삼성 인터넷이 더 편합니다.

크롬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웹서핑, 유튜브, 블로그 관리, 자료 검색 같은 작업은 파이어폭스로 100% 대체 가능합니다. 오히려 광고 차단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크롬보다 나은 경험을 줍니다.

반면 구글 서비스를 헤비하게 쓰는 분(Google Docs로 협업을 많이 하거나, Google Meet를 자주 쓰는 경우), 또는 특정 크롬 전용 확장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분이라면 크롬을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파이어폭스를 메인 브라우저로 쓰고, 크롬이나 엣지를 보조로 남겨두는 것. 북마크와 비밀번호는 파이어폭스 계정을 만들면 기기 간 동기화가 되고, 동기화 데이터는 엔드투엔드 암호화가 적용돼 있어서 보안 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설치 방법

파이어폭스 공식 사이트(https://www.mozilla.org/ko/firefox/)에서 다운로드하면 됩니다. 설치 파일 용량은 약 60MB 정도이고, 설치 과정은 별다른 설정 없이 다음 → 다음으로 끝납니다.

설치 후 첫 실행 시 크롬에서 북마크, 비밀번호, 방문 기록을 가져올 수 있는 마이그레이션 창이 뜹니다. 여기서 가져오기를 선택하면 크롬에서 쓰던 데이터가 그대로 넘어오기 때문에 전환이 수월합니다.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하려면 파이어폭스 설정 → 일반 →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을 누르면 됩니다. 윈도우 설정에서 기본 앱을 파이어폭스로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광고 차단이 중요한 분. 크롬에서 uBlock Origin을 못 쓰게 된 이후, 파이어폭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입니다.

탭을 20개 이상 열어놓고 작업하는 분. 메모리 관리에서 확실히 유리합니다.

개인정보 보호가 신경 쓰이는 분. 설정을 건드리지 않아도 기본 상태에서 추적 차단이 작동합니다.

브라우저를 내 입맛대로 꾸미고 싶은 분. about:config, userChrome.css 등 커스터마이징의 폭이 넓습니다.

반대로 구글 서비스를 주로 쓰는 분이나, 특정 크롬 전용 확장 프로그램이 필요한 분은 크롬을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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